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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칼럼] 인간과 도구, 대결과 협력의 역사
[김경준 칼럼] 인간과 도구, 대결과 협력의 역사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 승인 2021.05.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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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인류 문명의 발달은 어디서 올까

[한국M&A경제] 미국 샌프란시스코 ‘컴퓨터 역사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 입구에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다시 도구는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tools, and then our tools shape us)라는 글귀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20세기의 저명한 캐나다 미디어학자의 통찰로서, 그는 ‘자동차의 바퀴는 발의 확장이고, TV는 눈의 확장이고, 의복은 피부의 확장이고, 전자회로는 중추신경계의 확장’으로 이해하였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었고 도구는 인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도구는 놀라움과 공포, 저주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불’을 발견한 인류의 역사

원시상태의 인류는 나약한 존재였다. 힘도 약하고 빨리 뛰지도 못하는 데다 날카로운 이빨도 없다. 그러나 30만 년 전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밤낮의 기온차와 여름-겨울의 기온차를 극복하여 생존율이 높아졌고, 야간에 맹수들의 습격에 대비책이 생겼다. 음식을 불에 익혀 먹으면서 식재료의 범위가 넓어졌고 거주지역도 확장되었다. 익힌 음식은 소화가 잘되어 흡수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적은 양을 먹고도 충분했고 먹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불을 사용하기 전의 구석기인들이 채집해서 먹던 분량의 과일과 채소를 먹으려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먹고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야생의 유인원들은 하루 종일 먹는 데 시간을 쓴다. 무엇보다 익힌 음식을 먹으면서 영양분이 풍부해지면서 창자가 짧아지고 뇌 용적이 커졌고 지능이 생겨나면서 도구를 만들고 협력하는 능력을 가져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불이라는 도구를 발견하여 동물과 구별되는 능력을 가지게 된 인류는 1만 2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 살던 누군가가 시작한 농업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수렵과 채집을 위해 떠돌던 인류는 특정지역에 정착하여 살기 시작했고, 매년 일정한 수준의 식량을 생산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500년 전의 과학혁명과 300년 전의 산업혁명은 인류의 물질적 기반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자연에 지배받고 종속되던 생산의 개념을 인간 창의성의 범위로 끌어들였으며,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생산하고 가공하여 일상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은 100년 전의 전자정보 혁명이다. 특히 5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한 정보기술은 그동안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두뇌 작업을 대신하게 되었고, 21세기에 본격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의성 부분까지 대체하고 있다.

불, 농업, 과학기술과 기계,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든 도구의 도입은 모두 일정한 갈등과 다툼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기존 질서에 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도구와 기술은 피해자와 수혜자를 만들기 마련이고, 기존 질서에서 이익을 받던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조직되어 있기에 다양한 형태의 적대감과 반발은 자연스럽다.

대표적인 사례가 19세기 초반 자동방직기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 운동, Luddite movement)이다. 그들은 “기계에게 죽음을. 기계는 우리 미래와 꿈을 짓밟아”라는 구호를 외쳤다. 영국 정부는 나폴레옹과 벌인 전투 때보다 더 많은 병력을 보내 노동자들을 진압했고 100여 명이 교수형에 처하거나 추방됐다. 

이처럼 단기적으로 기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발생하였으나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안전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기계가 대체하는 일자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비스업 등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면서 고용률이 높아졌다. 기계 도입 시점만 정태적으로 볼 때와 이후의 변화를 동태적으로 볼 때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나타내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인공지능, 결국 인류가 만들어낸 ‘도구’

지금까지 새로운 기계가 나왔을 때 이에 반대하는 자연주의적 반응이 항상 뒤따랐듯이 21세기에도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도구를 만들고 도구는 인간을 만든다’는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인공지능 역시 인간이 만든 도구로서 인간은 인간이고 기계는 기계라고 보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계산기계인 인공지능은 자아의식을 가질 수 없고 내면적 성찰을 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인공지능 전문가인 MIT 대학의 앤드류 맥카피 교수가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감성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과 기계의 협력’이라는 미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하며 기계와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앞으로 인간 능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는 굳이 로봇과 경쟁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인간만이 가진 창의성은 기계와 만났을 때 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계는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고, 이를 통해 참신한 전략을 짤 수 있는 인재들이 지배할 것입니다. 미래학자 케빈 켈리는 이렇게 말했어요. '앞으로 로봇과 얼마나 잘 협력하느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것'이라고”(조선일보 위클리 비즈 2016. 1. 30)

인간의 문명발달은 도구발달의 과정에 불과하다. 불에서 시작하여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발전한 소재와 부품들이 정교하게 결합됐다. 그러면서 기능이 향상되어 육체적 능력을 보완하고 자연적 제약조건을 극복하여 왔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전개된 정보혁명으로 일상용품이 된 PC, 스마트폰이라는 획기적인 도구는 정신적 능력을 확장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인간의 역사에서 도구의 발명이 다시 인간을 변화시키는 경로를 거쳐온 것처럼 최근 시선을 끌고 있는 인공지능도 인간이 발명한 도구로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 가능성을 앞으로 주목해 보자.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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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A경제=편집부] news@kmn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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