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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호 칼럼] 해외와는 다른 한국형 ‘스마트홈’을 기대한다
[정근호 칼럼] 해외와는 다른 한국형 ‘스마트홈’을 기대한다
  • 정근호 전문기자
  • 승인 2019.11.2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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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은 플랫폼 사업, 이종업체간 협력은 필수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스마트홈’ 개념은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홈 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이나 ‘커넥티드 홈(connected home)’이라는 명칭으로 가정 내에서 이용되는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하여 일상 생활에 도움을 주고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도가 여러 업체에 의해 추진되었다.

각각의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서비스를 추진하는 사업자들은 가전기기 업체, 건설업체, 통신사업자, 그리고 ICT 플랫폼 업체 등으로 다양했다. 또한 중소기업에서 글로벌 대기업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의 사업자들이 사업에 참여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여러 산업에 걸친 많은 업체들이 스마트홈 사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스마트홈 서비스가 제공할 편리함은 인식하지만 굳이 추가지불을 하면서 이용할 의사를 지닌 이용자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에 시장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이제 잠재력이 높지만 좀처럼 비상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 실제로 고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시장규모가 급성장할 조짐을 보이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스마트홈은 플랫폼 사업으로 상호운용성과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과거의 스마트홈 사업이 실패를 경험한 가장 큰 이유는 가정(home)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각각의 기업들이 자신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가정에는 수많은 업체들이 제조한 다양한 기기들이 이용되고 있으며, 각각의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기의 종류와 수도 다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전기기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인터넷 연결 기능을 갖추고 원격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스마트홈을 외쳤고, 건설업체들은 월패드를 통한 일부 주택 기능의 모니터링과 자동화만이 강조된 스마트홈 환경을 강조했다. 통신사업자들은 스마트홈에 필수 인프라라 할 수 있는 유무선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집에서 이용하는 여러 기기들이 인터넷 접속 기능이 없다면 스마트홈 환경을 이룰 수 없다.

즉, 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인터넷 접속 가전기기와 소형 제품들이 통합적으로 연계되어 서로 모니터링하고 원격 조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각 기기들을 기반으로 제조사가 아닌 또 다른 업체가 추가적인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각 기기의 연동을 보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존재해야 하며, 새로운 기기도 쉽게 추가하고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기기는 지원하지 않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각 분야의 업체들이 추진했던 과거의 스마트홈 사업은 표준화된 플랫폼이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기기의 추가도 상당히 제한적이었으며 개방성도 부족했다. 어찌 보면 실패는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일부 표준화 단체나 민간 산업단체들이 스마트홈을 위한 표준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려 시도했지만 각 업체들의 이해관계 충돌 등의 이유로 인해 보급은 상당히 저조했으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알렉사가 탑재된 ICON.AI의 스마트 메이크업 미러(Smart Makeup Mirror with Alexa Built-in) (출처: 아이콘에이아이)
알렉사가 탑재된 ICON.AI의 스마트 메이크업 미러(Smart Makeup Mirror with Alexa Built-in) (출처: 아이콘에이아이)

아마존과 구글의 인공지능 기반 음성비서가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부상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스마트홈은 플랫폼 사업이다. 한 두 업체가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직접 개발하고 제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다시 말하면 특정 기업이나 표준화단체가 성공적으로 스마트홈 플랫폼을 개발하고 확산시키는데 성공한다면 선순환 효과가 존재하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 상 스마트홈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바로 아마존과 구글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개인비서가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의 음성비서 ‘알렉사’와 구글의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는 음성으로 사람과 대화하듯이 여러 정보를 검색하고 음악이나 뉴스 청취를 할 수 있게 하며, ‘에코’와 ‘구글홈’이라는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되어 누구라도 가정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아마존과 구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여러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각 사의 제품을 음성비서와 연계되어 음성으로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툴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후 스마트전구와 플러그, 온도조절기 등 중소 가전기기 업체들을 중심으로 알렉사 및 구글 어시스턴트 연동 제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움직임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자 TV와 냉장고 등 백색가전 업체들도 음성비서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아마존과 구글의 음성비서가 산업 표준 기술은 아니지만 스마트홈을 위한 사실상 표준 기술의 역할을 하면서 스마트홈 시장규모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음성비서가 스마트홈의 플랫폼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최신 ICT 기술과 단말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나 어린이들도 사람들과 대화하듯이 쉽게 스마트홈이 제공하는 편익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의 주택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아마존 및 구글과 협력해 신축 주택에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의 구글홈을 제공하고, 이와 연동되는 기기들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당 주택에 입주하는 사람이 바로 스마트홈 환경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통해 건설업체들은 신규 주택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게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형 스마트홈에 대해 고민할 시기

한국 역시 음성비서를 제공하는 업체들과 주택업체들의 제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카카오 등이 아파트 건설업체와 협력해 신축 아파트에 음성비서 기반의 스마트홈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KT의 경우 IPTV를 기반으로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가지니 우리아파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ICT 업체와 건설업체, 그리고 IoT 단말 업체들이 협력해 스마트홈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이며, 향후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할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스마트홈 사업에서 ‘한국’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홈’에 대한 개념은 각 국가별, 지역별로 상이하며, 거주민들의 특성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집합주택과 단독주택에서 요구하는 스마트홈 단말과 서비스는 상이할 수밖에 없으며, 가정에 거주하는 사람의 연령대와 가족구성원의 수에 따라서도 스마트홈에 대한 수요가 다르게 된다.

이 점에서 한국은 아파트와 같은 집합주택의 비중이 상당히 높으며,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중도 매우 높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우선 단기적으로 대도시의 아파트 거주민을 위한 스마트홈 환경과 서비스가 추진되고, 이에 대한 반응과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제공 대상을 확대해가는 순차적인 시장 확대 전략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스마트홈 시장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홈’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여러 업체들이 협력해 국내 특성에 맞는 단말과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해외시장과는 또 다른 한국형 스마트홈 시장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이사
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이사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근호 기자] jungkh@ar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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