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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호 칼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운송수단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정근호 칼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운송수단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 정근호 전문기자
  • 승인 2020.08.20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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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거주민 삶의 질 높일 교통 수단 이외의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 퇴근 시간대에 꽉 막힌 대도시의 한복판에서 승용차나 버스를 타고 있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하늘로 날아올라 편하게 집으로 가는 상황을 꿈꾸었을 적이 있을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는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 같은 장면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사람이 탑승하는 드론과 같은 형태의 비행체를 이용하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erial Mobility) 서비스가 여러 업체에 의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 비행체를 타고 건물 사이를 누비며 도시의 끝에서 끝까지 단 몇 분만에 이동하는 장면이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옌타이 시내를 비행하는 이항의 비행체. (출처: 이항)
중국 옌타이 시내를 비행하는 이항의 비행체. (출처: 이항)

UAM, 새로운 모빌리티 수단으로 도시 교통 수단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겪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교통체증이다. 인구의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중교통과 승용차 등 운송수단이 증가하지만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도로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사무실 등이 밀집된 도심지역은 특정 시간대에 특히 많은 유동인구가 발생하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이 같은 교통체증은 이동하는 사람들의 시간 낭비뿐 아니라 공해문제가 더 심해지고 사고유발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사회적 비용도 크게 증가시킨다. 교통체증이 단순히 교통수단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에 도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UAM이 그 해결책 중 하나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는 간단히 말해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소형 비행체를 도심의 교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한 항공체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업체들이 고정익/회전익 방식 등 각각의 기술적 역량을 기반으로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복수의 프로펠러를 통해 하늘을 날아 활주로가 필요 없으며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가 가장 많이 추진되고 있다.

UAM은 2차원에 머물렀던 도심의 생활공간을 3차원으로 확대하는 의미를 지닌다. 도로는 더 이상 땅에 평평하게 펼쳐져 있는 곳이 아니며, 모든 공간이 이동이 가능한 지역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빠르고 쾌적한 이동이 가능해진다. 기차와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큰 틀에서 변함이 없었던 교통 수단에 말 그대로 패러다임 변화가 초래되는 것이다.

고층 건물의 화재진압을 시연하는 이항의 ‘Ehang 216F’ (출처: 이항)
고층 건물의 화재진압을 시연하는 이항의 ‘Ehang 216F’ (출처: 이항)

단기간 내 상용화는 어렵지만 기술-규제적 장벽은 점차 해결 조짐

물론, UAM이 단기간 내에 상용화되어 주요 도심에서 서비스가 제공되지는 못할 것이다. 우선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현재의 소형 드론도 기상상태나 기기의 이상으로 인해 추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UAM은 사람을 태우고 날아 다닌다는 점에서 자칫 끔찍한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추락 시 건물 등에 충돌하면서 제2, 제3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일반인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술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되어 상용 서비스가 시작되어도 실제로 이를 이용하게 될 잠재이용자들이 갖는 인식은 또 다른 극복해야 할 요인이다. 이는 마치 자율주행 자동차와도 비슷한데, 최근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개발 노력에 힘입어 자율주행 기술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기계에 운전대를 완전히 넘기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 업체들이 늘어나고, 이들의 기술개발 투자 확대에 힘입어 기술적 완결성이 높아질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에 각국 정부들도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UAM의 도입에 대해 기존의 시각을 바꿔 미래의 핵심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UAM의 활성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 작성이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

현재 민간차원에서 기존의 항공기 및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UAM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항공기 제조사로는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대형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와 미국의 헬리콥터 제조사 벨 헬리콥터가 UAM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의 현대자동차는 세계적인 승차공유 업체이자 향후 저가의 UAM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우버와 협력해 UAM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1월에 개최된 CES2020에서 컨셉 비행체인 ‘S-A1’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자동차 제조사인 일본의 도요타는 UAM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 외에도 아우디, 애스턴마틴, 롤스로이스, 포르쉐 등이 eVTOL 개발을 선언했다.

특히 이 시장에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의 진입과 이들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중국의 이항(Ehang)과 독일 볼로콥터, 릴리움, 미국 조비에비에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UAM은 단순히 비행체의 개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승차공유 업체인 우버가 이미 ‘우버 엘리베이터’를 설립하고 여러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비행체의 개발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신 및 관제 시스템은 물론 승∙하차 터미널 마련 등 완결적인 플랫폼이자 서비스 체제의 구축이 여러 업체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개발을 추진 중인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개발을 추진 중인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출처: 현대자동차)

교통 수단 이상의 가치 제공…도시가 겪을 수 있는 여러 문제 해결

UAM 사업을 추진하는 여러 업체들이 일차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시장은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빠르고 안전한 새로운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UAM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하늘을 나는 비행체를 활용해 대중교통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도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중국의 이항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이미 전세계 일부 도시에서 여객용 에어택시(air taxi)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는 이항은 지난 7월 중순에 중국 동부의 연안도시인 옌타이(Yantai)에서 항공관광 시험서비스를 진행하기 시작하여 도심 내의 새로운 관광 서비스 등장을 예고했다. 또한 7월 말에는 자사가 개발한 비행체 ‘Ehang 216F’를 발표했는데, 이는 도심 내 고층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최대 150리터의 화재 진압용 소방 거품과 6개의 소화탄(fire extinguisher bombs)를 탑재하여 초기 진압을 시도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특히 이항에 따르면 해당 비행체는 가시광선 줌 카메라를 활용해 신속하게 화재 지점을 식별하고, 정확한 화재 발생 지점에서 정지 비행을 하면서, 레이저를 통해 창문을 깨고 소방 거품을 분사할 수 있다. 최근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초고층 빌딩이 늘어나고 있는데, 만일 화재가 발생한다면 기존의 소방 시스템으로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에 소형 비행체를 이용해 1차적인 화재 진압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UAM은 사람 및 화물의 운송뿐 아니라 관광, 안전(satefy), 긴급 환자 호송 등 다양한 방면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즉, 도시들이 겪을 수 있으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몇몇 문제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는 왜 UAM이 미래의 핵심 사업이며, 더 나아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국내의 경우 분단국가라는 점에서 비행체의 활용에는 여러 제약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몇몇 업체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지자체들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지자체들이 참여하고 육성하고 있는 새로운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정근호 이사(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정근호 이사(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한국엠엔에이경제신문=정근호 기자] jungkh@ar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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